종일 억수같이 퍼붓던 비가 밤이 되자 가늘어졌다. 일찌감치 소등된 병원은 통째로 빗속에 잠긴 것처럼 먹먹했다. 10시쯤 누웠는데 잠이 오질 않아 뒤척이다 결국 몸을 일으켰다. 베드를 비스듬히 세워 등을 기대 앉았다. 


툭, 툭, 투둑.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들을 가만히 감상한다. 젖은 창에 조명의 불빛들이 번져 아롱댔다. 아까 봤던 저녁 뉴스에선 비가 그치면 더위가 꺾일 것이라고 했다. 곧 처서(處暑)였다. 지리하게만 느껴지던 여름이 어느새 끝을 향해 있었다. 


잘도 흘러간다. 

빗물도, 시간도,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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